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여행을 통한 다른 시공간으로의 이동은 그곳의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접합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오감을 총동원하여 보고 느끼는 것은 뇌에 각인되는 과정이다. 이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기도 하며,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나는 2001년에서 2021년까지 이십여년을 프랑스에서 살았고 현재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사는 철새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제는 어디가 출발점이며, 도착점인지 모르겠다. 나의 인생 자체가 끝이 나지 않는 여행을 하고 있는 기분이다. 나의 정체성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또는 여기 저기에도 교집합이 있는 그런 미지수의 지점에 와 있음을 느낀다.
그림과 글이 적절히 어울어진 이 여행기는 2021년 8월 중 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직접 보고 느낀것을 재구성한 것으로 진실과 허구를 바탕으로 하였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시작과 끝이 없다. 어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이 들어간 잔잔한 여행기 정도로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에바킴은 지난 이십년간 프랑스에 거주하였으며, 현재는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아트, 패션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손으로 직접 그린 드로잉을 스캔하여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한두가지 색깔을 입히거나 선만을 더욱 강조하여 연필로 그린 드로잉과는 느낌이 다르며 카툰이나 일러스트와 가까운 효과를 낸다. 디지털이 만들어낼 수 없는 손 드로잉을 원본으로 하여 각각의 그림은 유닉하며, 오리지널하나 전자책에 디지털 화일로 변환된 그림은 다수가 감상할 수 있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간단한 선만으로 사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 에바킴의 드로잉 스킬로 마치 동심으로 그려낸 그림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누구나 쉽게 읽고 감상할 수 있는 취지로 이 여행기를 구성하였다.